학습 능력을 결정하는 요인은 많습니다. 집중력, 공부 시간, 학습 전략, 환경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,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게 성적을 예측하는 뇌 기능이 있습니다. 바로 작업기억(Working Memory)입니다.
작업기억은 단순히 기억력이 좋은 것과는 다릅니다. “정보를 잠시 머릿속에 올려두고 조작·처리하는 능력”, 즉 뇌의 ‘작업 공간(workbench)’을 의미합니다.
이 글에서는 왜 작업기억이 학습 성과와 성적을 결정짓는지, 최신 연구와 실생활 예시를 바탕으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.
1. 작업기억이란 무엇인가? — 뇌의 ‘작업대’ 역할
작업기억(Working Memory)은 단기기억과 혼동되기 쉽지만 역할이 다릅니다.
- 단기기억: 정보를 잠시 저장
- 작업기억: 저장한 정보를 활용하며 조작
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풀 때,
“x=3일 때 y=2x+4의 값을 구하시오”라고 나오면
머릿속에서 x 값을 대입하고 계산하고 결과를 유지하는 모든 과정이 “작업기억”을 필요로 합니다.
세계적인 인지심리학자 Alan Baddeley 교수(영국 요크대)의 작업기억 모델에 따르면, 작업기억은 언어 정보, 시각·공간 정보, 중앙집행기(central executive) 등 여러 시스템이 협력해 복잡한 사고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.

2. 왜 작업기억이 성적을 좌우할까?
① 문제 풀이 중 ‘정보 유지’ 능력과 직결
어떤 시험이든 문제를 풀려면 다음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.
- 조건을 기억하기
- 그 정보를 바탕으로 계산·추론하기
작업기억 용량이 작은 학생은 문제의 전반부를 읽고 나면 뒤의 정보가 들어오는 순간 앞의 정보를 잃어버리는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.
결과적으로 문제 해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.
② 읽기 이해력(Reading Comprehension)과 강력한 상관관계
미국 심리학회(APA) 발표 연구에 따르면, 작업기억 용량은 읽기 이해력의 60~70%를 설명할 만큼 중요한 지표입니다.
복잡한 문장을 읽고, 문맥을 유지하며, 앞뒤 내용을 연결하는 능력 자체가 작업기억에 기반합니다.
③ 수학·과학 성적과 직접적 영향
수학·과학은 ‘단계적 사고’를 필요로 합니다.
작업기억은 연산 과정과 추론을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에, 용량이 작은 학생일수록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겪습니다.
- 식을 세워놓고 도중에 조건을 잊음
- 계산 단계를 놓침
- 문제 구조를 파악하는 데 오래 걸림
영국 런던대(UCL) 연구진은 “작업기억 성능이 수학 성적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인지 변수 중 하나”라고 발표했습니다.
④ 시험 상황의 스트레스에도 취약
작업기억은 스트레스와 큰 상호작용을 보입니다.
스트레스가 올라가면 작업기억 자원이 줄어들고,
작업기억이 줄어들면 문제 풀이가 어려워지고,
문제가 어려워지면 스트레스가 더 증가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.
3. 작업기억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신호 7가지
작업기억이 약한 사람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.
- 긴 문장이나 설명을 들으면 중간에 놓치기 쉽다
- 문제를 두 번 읽어도 조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
- 필기를 하다 보면 앞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
- 계산 과정에서 자주 실수한다
-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과제가 어렵다
- ‘복잡한 지시를 순서대로 따라하기’가 힘들다
- 공부 시간이 긴데도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
이 중 여러 항목이 해당된다면 작업기억 훈련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.
4. 작업기억을 훈련할 수 있을까? (결론: 가능)
작업기억은 타고난 고정 능력처럼 여겨졌지만, 최근 뇌과학 연구는 작업기억 또한 훈련을 통해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.
① “업데이트 훈련(Update Training)”
뇌과학자 Torkel Klingberg(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)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,
숫자·기호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훈련은 작업기억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.
예:
- N-back 훈련
- 숫자 역순 말하기
- 랜덤 단어 기억 후 재배열하기
② ‘인지 부하 줄이기’ 전략 자체가 작업기억 효율을 올림
작업기억 용량이 적더라도, 전략을 통해 성능은 크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.
- 문제를 단계별로 끊어 읽기
- 시각 정보로 바꾸기(도식·표)
- 핵심 단어에 밑줄 표시
- 짧은 기억 단위(chunk)로 쪼개기
하버드대 교육심리 전문가 Daniel Willingham은 “학습 전략이 작업기억 부담을 줄이면 사고의 질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”고 설명합니다.
③ “장기기억과의 연결”이 작업기억 부담을 줄인다
기억 연구의 선구자 John Sweller(인지부하 이론, Cognitive Load Theory)는
“장기기억에 자동화된 지식이 많을수록 작업기억 자원이 남는다”고 강조합니다.
즉,
기본 개념을 많이 알고 → 자동화되어 있을수록 → 작업기억이 덜 소모됩니다.
실제 성적 상위권 학생들은
“머리가 좋은 것”이 아니라
기본 학습이 자동화되어 작업기억을 최소한으로 사용한다는 특징을 보입니다.
5.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, 작업기억을 먼저 관리하자
성적을 결정하는 데 작업기억은 단순한 ‘부가 요소’가 아니라 핵심 엔진입니다.
교과 성적, 문제 해결력, 읽기 이해, 집중력, 시험 안정성까지
거의 모든 학습 요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.
작업기억을 올리면:
- 문제 풀이 속도 향상
- 실수 감소
- 이해력 상승
- 시험 스트레스 감소
- 복잡한 개념 학습이 쉬워짐
작업기억은 학습을 위한 뇌의 ‘작업대’입니다.
작업대가 넓어지면, 다룰 수 있는 개념과 문제도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.
따라서 공부법을 고민하기 전에,
“내 작업기억을 어떻게 관리하고 강화할까?”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성적 향상에 훨씬 효과적입니다.
※ 본 글은 교육·인지과학 연구 기반의 일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, 의료적 진단이나 치료, 전문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. 개인의 인지 능력 차이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필요 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.